급진적 기술 발전과 함께 우리의 현실은 복잡한 관계들을 포함한 혼종(Hybrid)적 토대로 구성된다. 자연과 인공,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생명과 기술을 구분하는 저마다의 정의가 있어 왔지만 각각의 존재들은 규정되어 왔던 자신의 경계를 계속해서 탈주하며 뒤섞이고 있다. 《Limbo Dance: 대지와 사물 사이를 지나는 방법》은 예술 작품이 우리 주변의 존재들에 대한 당대적 질문을 드러내는 방식을 탐구하고 공유한다. 특히 2020년대 이후 인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키워드 ‘자연’, ‘에코’, ‘관계’, ‘기술’, ‘인간’ 등으로 수식되는 존재론의 탈인간중심주의적 고민, 그 변경에서 포착되는 기후위기나 재난, 신기술의 일상화, 물질과 물질이 아닌 것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이들 사이를 통과하며 표현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살핀다.

《Limbo Dance: 대지와 사물 사이를 지나는 방법》은 우리를 림보 댄스의 행위와 규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요청한다. 림보 댄스를 출 때,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인간중심주의적 태도를 벗어나는 새로운 시야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지를 밟고 점점 낮아지는 림보봉 아래를 지나가는 규칙에 따라 수직적으로 여겨져 왔던 인간과 자연과 사물의 위치를 재조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림보봉이 점점 낮아지고, 우리가 점점 좁아지는 대지와 사물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면 결국 좁디좁아지다 못해 평평하게 존재하는 자연, 인간, 사물의 세상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 임휘재